10여 년 전 처음 SaaS 영역에 발을 들였을 당시, 이 개념은 매우 혁신적으로 느껴졌다.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으로의 전환은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방식과 사업 확장 구조, 비용 관리 방식까지 변화시켰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보다 더 큰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바로 SaaS와 AI의 결합이다.
AI는 더 이상 부가 기능이거나 발표 자료에나 등장하는 유행어가 아니다. 현대적인 SaaS 플랫폼이 작동하고 성장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책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기 전에 알아야 할 SaaS 인사이트(Get SaaS Insights Before You Invest Millions)’의 저자이자 SaaS 시스템 및 AI 전환을 경험해 온 필자는, 이 같은 융합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 고객 기대치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왔다.
SaaS와 AI가 빠르게 결합하며 차세대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IT 리더가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트렌드와 실질적인 기회,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과제를 짚어본다.
SaaS의 새로운 기반으로 자리 잡은 AI
지난 3년간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AI가 더 이상 하나의 구성 요소나 기능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는 핵심 역량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SaaS 업체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AI를 최우선에 두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재설계하고 있다.
워크플로우 자동화에서 지능형 자동화로
초기 SaaS 시스템이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AI 기반 SaaS 시스템은 의사결정 자체를 자동화한다.
예측 분석, 자연어 처리, 행동 기반 트리거, 자가 복구 시스템, 상황 인지형 추천 기능 등은 이제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기본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가 구축에 참여했던 한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은 규칙 기반 자동화에서 AI 기반 예측 모델로 전환했다. 그 결과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기 수시간 전 시스템 문제를 감지할 수 있었고, 가동 중단 시간은 줄어들었으며 고객 만족도는 높아졌다. 아울러 긴급 대응 필요성도 낮아졌다.
AI는 SaaS를 단순히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효율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와 관련한 주요 트렌드를 소개한다.
트렌드 1: 맞춤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유통부터 의료까지 전 산업에서 고객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맞춤화를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SaaS 제품 역시 이런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오늘날 사용자는 SaaS 플랫폼이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처럼 작동하길 기대한다. 개인 맞춤화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사용자 맞춤형 대시보드
- 개인별로 설정된 워크플로우
- 지능형 추천 기능
- 사용 패턴에 따라 달라지는 적응형 인터페이스
필자는 개인 맞춤화가 SaaS 도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왔다. 자문에 참여했던 한 학습 플랫폼에서는 AI 기반 학습 경로를 도입한 이후, 사용자가 ‘제품이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사용자 참여도가 60% 증가했다.
다만 개인화는 새로운 기대를 동반한다. 사용자는 단순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자신의 요구에 맞게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원한다.
트렌드 2: AI가 SaaS의 비즈니스 역학을 재편
SaaS는 구독 모델과 확장 가능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다.
사용량 기반 요금 책정
행동 모니터링과 분석을 위한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SaaS 기업은 고객이 실제로 얻는 가치에 따라 요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됐다. 다음과 같은 접근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 구독과 사용량을 결합
- 구독과 지능형 기능 등급을 결합
- AI 비중이 높은 기능에 대한 전용 요금제
이런 모델은 새로운 수익 기회를 제공하지만, 고객 행동을 정밀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이 역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AI다.
AI에 기반한 제품 중심 성장
AI 인사이트를 활용하면 온보딩을 개선하고, 사용자가 제품의 가치를 명확히 체감하는 핵심 접점을 강화하며, 이탈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AI가 언제 사용자를 안내할지, 어떤 도움을 제공할지, 언제 핵심 기능으로 유도할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성장 수익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트렌드 3: AI 네이티브 SaaS 제품의 부상
이제는 AI가 제품의 핵심 가치 자체를 형성하는 ‘AI 네이티브 SaaS’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 솔루션은 처음부터 지능화와 예측, 자율성을 핵심에 두고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AI 기반 CRM, 자율형 보안 플랫폼,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 AI 기반 재무 예측 도구, 자동화된 컴플라이언스 엔진 등이 있다.
현재 SaaS 스타트업을 평가하다 보면 두 유형을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 SaaS에 AI를 결합한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AI 없이는 제품이 작동할 수 없는 구조의 SaaS다. 앞으로 등장할 차세대 유니콘 기업은 후자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AI와 SaaS의 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다음과 같다.
기회 1: AI로 재구성되는 고객 지원
고객 지원은 오랫동안 SaaS 제품을 운영하는 데 있어 비용 부담이 큰 영역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AI가 도입되면서 고객 지원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감정 인식 기반 챗봇, 이슈 자동 분류, 예측형 티켓 라우팅, 자동 생성되는 문제 해결 가이드, 음성 텍스트 변환 및 자연어 처리 기반 지원 기능이 대표적이다.
필자가 참여했던 한 SaaS 제품에서는 AI 지원 어시스턴트를 도입한 지 한 달 만에 미처리 티켓이 40% 줄어들었다. 고객은 더 빠르게 응답을 받을 수 있었고, 지원 인력은 반복적인 문의 대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기회 2: 지능형 제품 분석
AI는 SaaS 팀에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도입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 특성
- 고객 이탈로 이어지는 행동
- 사용자가 제품을 이용하는 경로
- 효과적인 가격 책정 전략
- 이탈 위험에 놓여있는 조직
기존의 분석 도구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AI는 그 원인을 설명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다.
예측 분석을 활용하면 SaaS 팀 리더가 이탈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기능 병목 구간을 찾아내며,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식별하고, 제품·시장 적합성을 훨씬 높은 정확도로 개선할 수 있다.
기회 3: 확장 가능하고 스스로 최적화하는 인프라
AI는 데브옵스(DevOps)와 인프라 관리 전반을 혁신하고 있다. 자동 확장, 이상 징후 탐지, 예측형 부하 분산, 자동화된 배포 검증, 지능형 자원 프로비저닝이 대표적이다.
필자가 참여했던 한 플랫폼에서는 AI 기반 부하 예측 기술을 도입해 인프라 비용을 20% 이상 절감했다. 시스템이 자원 수요 급증을 사전에 예측해 선제적으로 확장하면서, 과거에는 수작업 개입이 필요했던 성능 저하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
AI는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화되는 SaaS 플랫폼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융합에는 과제 또한 남아있다.
과제 1: 데이터 품질과 거버넌스
AI는 정제되고 일관되며 안전하게 관리되는 데이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많은 SaaS 기업이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유망해 보이던 AI 시스템이 데이터 문제로 무너지는 사례를 수차례 목격해 왔다. 데이터가 불완전했거나, 학습에 필요한 라벨이 부족했거나, 시스템 구조 자체가 AI 활용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거나, 접근 제어로 인해 모델 학습이 차단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직은 데이터를 사후적으로 처리해야 할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
과제 2: 편향, 개인정보 보호, 윤리적 AI
고객은 점점 더 AI를 경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영역은 다음과 같다.
- 자신의 데이터가 활용되는 방식
- AI 모델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 알고리즘 작동의 공정성
- 프라이버시 보호 여부
GDPR을 비롯해 각종 AI 규제가 등장하면서, SaaS 기업은 윤리와 컴플라이언스를 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필자 역시 투명성을 확보하고 편향을 줄이며, 감사 추적을 유지하기 위해 AI 워크플로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조치는 시간과 자원을 요구하지만, AI 시스템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인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과제 3: 역량 격차
SaaS와 AI를 융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 머신러닝에 대한 이해를 갖춘 엔지니어
- 제품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는 ML 전문가
- 데이터를 이해하는 프로덕트 매니저
- AI 중심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는 디자이너
이런 역량을 모두 갖춘 인재 조합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따라서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과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다.
다만 가장 빠른 성과는 각 조직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기보다, 기능 간 경계를 허물고 긴밀하게 협업하는 ‘AI 스쿼드’를 구성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AI-SaaS 융합을 이끄는 리더를 위한 전략
기업의 SaaS 플랫폼 고도화를 지원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전략 로드맵을 제안한다.
1. 명확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사용례로 시작
고객 이탈을 줄이거나 온보딩을 개선하고, 고객 지원 비용을 절감하거나 인프라를 최적화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영역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이 없는, ‘AI를 위한 AI’ 도입은 피해야 한다.
2. 강력한 데이터 기반 구축
이 단계는 생략할 수 없다. 다음에 투자해야 한다.
- 데이터 파이프라인
- 거버넌스 기준
- 보안 통제 체계
- 데이터 품질에 대한 책임 구조
3. 작고 측정 가능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
성공은 추진력을 만들며, 작은 실패는 경험과 교훈을 낳는다.
4. 윤리와 컴플라이언스를 조기에 통합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AI는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없다.
5. AI를 전제로 아키텍처 재설계
이 지점에서 많은 조직이 어려움을 겪는다. 앞으로의 SaaS는 실시간 데이터 스트림, 모델 배포, 지속적인 학습, 이벤트 기반 처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6. 조직 간 협업에 집중
AI는 엔지니어링 조직만의 과제가 아니다. 제품, 디자인, 보안, 컴플라이언스, 고객 성공 조직의 참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7. AI 우선 사고방식으로 전환
앞으로 성공하는 SaaS 제품은 AI를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핵심 역량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SaaS의 미래는 클라우드 중심이 아니다
SaaS와 AI의 융합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지능형 자동화, 예측 인사이트, 개인화가 소프트웨어 제공 방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는 고객 경험을 재편하고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적응형 아키텍처를 구현하며 SaaS 플랫폼의 범위를 크게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데이터 준비도, 윤리적 이슈, 새로운 인재상에 대한 요구라는 과제도 함께 제기된다.
필자는 조기에 AI와 SaaS를 융합하기 위해 나선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모습을 확인해 왔다. 이들 기업은 더 빠르게 혁신하고,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며, 사용자와 함께 진화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SaaS의 미래는 클라우드 중심이 아니라 AI 중심이다. 이 변화를 이해하는 리더가 향후 10년간의 디지털 전환 방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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